[이우연의 얼바인 101] 미국 초등학교

얼바인 생활/이우연의 ASK 얼바인 2011.10.31 09:23


나도 헬리콥터 맘인가?

시계가 8시를 가리키고 있다. 회사에 8 30분에 도착하려면 늦어도 8시에는 집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노트북을 가방에 넣고 핸드폰과 핸드백을 챙기고 문을 막 나서려던 참이었다. 발에 탁하고 걸리는 것이 있어 보니, 수정이의 도시락이다. 물건을 잘 잊어버리는 둘째 수정이를 위해 현관문 바로 앞에 도시락을 놓아두었는데 그것마저 두고 간 것이다.

짧은 망설임 끝에 도시락을 들고 차의 시동을 켜자마자 바로 수정이 학교로 향했다. 출근 시간은 늦을 것이 명백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자식 잘 키워보자고 낯선 이곳에 와서 온갖 시행착오 겪으며 3년을 버틴 한국의 아줌마다.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수정이는 학교에서 판매하는 미국 점심을 계속해서 먹지 못한다.  1주에 몇일은 한국 도시락을 싸주어야 힘이나는 아이다.

학교에 도착하니 수업이 시작되어 학생들이 교실에서 수업하는 소리가 들린다. 몇 학급은 체육활동을 위해 운동장에 나와있다. 수정이 반 앞 담벼락의 책가방 걸이까지 가는 동안 아는 선생님과도 조우하여 눈인사도 나누었다. 그리 탐탁치 않는 표정이다. 하지만 수정이 책가방을 찾아 도시락을 전달하는 데는 성공하였다. 마음이 좀 불편했지만 수정이에게 도시락을 잘 전달했다는 생각에 위안이 되었다.

몇 일후 학교에 행사가 있어 학교 강당에 방문하였다. 강당에 가득한 학부모를 모아 놓고 교장선생님이 학교 생활에 대해 몇가지 당부를 하셨다. ‘요즘 학교에 헬리콥터 맘들이 돌아다닙니다.’ 잠깐 딴 생각을 하고 있다가 헬리콥터 맘, 이게 무슨 말이지?’라는 의문에 교장선생님에게 시선이 고정되었다. ‘자녀를 위해 잊어버린 숙제, , 도시락을 가져다 주는 헬리콥터 맘을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자녀에게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세요. 우리 아이들은 더 책임감있는 아이로 자라나야 합니다.’

갑자기 얼굴이 달아오르고 몸에서 열이났다. 교장선생님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혹시 수정이 도시락을 전달해 주던 그 날 교장 선생님이 나를 봤나? 연설이 끝날 때까지 나는 얼굴을 똑바로 들 수가 없었다. 모든 선생님들이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았다. 끝까지 들어보니 나 뿐 아니라 많은 이주 가정의 부모들이 아이를 위해 학교를 들락거리고 있으며 이 것은 명백한 학교 규정 위반이었다. 물론 문화적인 차이가 있을 수도 있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지금 미국에 살고 있으며 아이들도 미국 학교에 다니고 있지 않은가.

이 일이 있고 난 후 나는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또 나와 아이들이 미국에 잘 정착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더 고민하게 되었다. 그래서 결정한 일이 선생님의 보조교사로 자원 봉사를 하기로 한 것이다. 매주 2번 정해진 시간을 지켜 생소한 미국 교실에서 보조교사를 한 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자원봉사를 하면서 미국의 학교와 선생님 그리고 학생들에 대해 이해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한국에서 접한 책과 자료들이 언급한 미국의 학교와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는 이곳 얼바인의 교육 환경과는 달랐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부모들은 미국 학교가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선생님의 책임감과 헌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얼바인 통합교육구의 교육은 절대로 그렇지 않다. 학교나 선생님간에 다소의 차이가 있겠지만 지금까지 이처럼 헌신적인 선생님을 본 적이 없다. 얼바인의 선생님은 모든 학생들에 대해 꼼꼼이 기록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이 부족한지 파악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학생들에게 강요하는 법이 없다. 아무리 지치고 어려워도 학생을 인격적인 대화의 상대방으로 존중한다. 교과서는 백과사전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로 질과 내용이 뛰어나다.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각종 체험학습과 모든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과학 실험, 합리성을 유지하려고 무척 노력하는 학교 행정 등 배울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학교에 모든 것을 맡기지 말고 한국 부모가 꼭 알아서 챙겨야 할 것들도 있다. 이주한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을 준비할 때, 서류상의 생년월일과 영어 습득 정도에 따라 학년이 정해진다. 그런데 서류상의 실수나 행정 직원읠 실수로 다녀야할 학년보다 아래 학년에 다니게 되는 일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부모의 영어가 서툴거나 서류를 꼼꼼이 살피지 않는다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 영어 습듭이 다소 부족하다고 정규과정이 아닌 ELD 클래스에 배정받는 경우도 많은데, 경험적으로 보면 바로 정규 과정에 가는 것이 더 효과적인 아이들도 많이 보았다. 한국의 아이들은 적응력도 뛰어날 뿐 아니라 학습 능력도 남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은 법규와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한 신용 사회이다. 그래서 한 번 정해진 것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계속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혹여 실수가 발생하더라도 내가 꼼꼼하게 챙기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게 되거나 원하지 않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부모의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행사에는 빠짐없이 참여하고 학교에서 보내온 문서도 꼭 읽어보아야 한다.

미국에 이주한 후 학교 입학에 대해서 알려주는 책과 인터넷 정보가 많다. 하지만 알려진 정보 보다 더 많은 일들이 실제 상황에서 기다리고 있다. 심지어 몇 몇 학교에서는 영어가 서투른 한국 부모들에 대해서 불평하는 미국인 선생님들이 많다는 소리도 들린다. 불평이야 할 수 있지만 그런 불평이 우리 아이들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우려가 되기도 한다. 본인이 꼼꼼하게 준비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해결할 수도 있지만 아이들의 교육 만큼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얼바인 생활과 교육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언제든지 이우연에게 메일(sherrylee@lifelongenglish.com) 주시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이우연의 얼바인 101'은 얼바인 교육정보지 '교차로'에 기고하는 연재기사입니다. '미국생활나기'라는 주제로 Sherry가 미국, 얼바인에 오면서부터 겪었던 시행착오와 이를 통해 얻게된 정보와 지식을 공유합니다.
얼바인에 대해 궁금하세요? 언제든지 문의주시면 저만의 노하우를 알려드릴게요.
@라이프롱잉글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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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심현정 2011.10.31 20:39 신고 수정/삭제 답변

    전 솔직히 여기 남경이 두 번쨰이고 큰애가 한국에서 2학년까지 다닐때도 정말 관심없는 엄마였습니다. 그래서 여기 국제학교에 와서도 그냥 혼자서 알아서 다 하게금 하는데 여기 분위기는 그렇지 않더라구요.. 이번에 G1에 들어간 우리 아들반 엄마들은 얼마나 극성인지 trip 다 따라다니고 또 뭐 학교 행사 있다면 다 앞장서서 하고.... 분위기가 그렇게 바뀌어 버렸더라구요.. 그래서 첨에는 절 찾지도 않던 우리 작은애도 이젠 제가 안가면 왜 안 오냐고.. 다른 엄마들은 다 온다고... 정말 스트테스 많이 받아요.... 무엇이든지 버릇들이기 나름인데 전 독립적으로 키우고 싶은데 (사실은 제가 엄청 게을러서 그렇습니다. ㅎㅎ) 허락해주질 않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선생님... ^^

    • Favicon of http://www.lifelongenglish.co.kr BlogIcon 라이프롱잉글리쉬 Keystown 2011.11.01 09:33 신고 수정/삭제

      말씀하시는 열혈 부모는 사람 사는 세상에는 다 있는 모양입니다. 이곳의 미국인 엄마 중에서도 알파맘이라 불리는 그런 분들이 있습니다.

      또 중국에서 이주한 부모 중에서도 타이거맘이라 불리는 엄하고 자녀 교육만을 위해 희생하는 분도 있구요.

      하지만 정답은 없을겁니다. 알파맘이나 타이거맘 밑에서도 성공하지 못하는 자녀가 있을거구요, 또 자녀가 성공한다 하더라도 일생을 자녀만을 위해 희생하는 삶이 바람직한 엄마의 인생인가에 대한 의문도 남을 겁니다.

      수 많은 지구상의 엄마처럼, 수 없이 다양한 엄마의 교육 철학이 있으니 ... 아마 우리 엄마들, 아이들이 성장할 때까지도 고민을 멈출 수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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