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연의 얼바인 101] 피자 한조각에 1만 5천달러

얼바인 생활/이우연의 ASK 얼바인 2011.11.14 09:00

5분 밖에 안남았다. 곧 막내 딸, 수정이 축구팀의 준결승이 시작될텐데 앞으로도 몇 블럭이 더 남아서 마음이 초초하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만사태평스러운 수정이는 누구를 닮았을까? 시간 약속을 지키기 위해 미리 준비하고 조금 빨리 시작하라고 여러 차례 얘기해 보지만 온 세상이 아름다운 수정이에게는 허사다. 수정이는 배고프면 먹고 놀고 싶으면 놀아야하는 평범한 아이다.

집안 일을 보느라 점심도 먹이지 못했다. 축구경기 가는 길에 피자를 사서 먹이지만 준결승 경기인데 밥을 먹이지 못한게 마음에 걸린다. 물론 수정이가 이곳 음식 중에서는 피자를 제일 좋아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축구 경기장에 가까워 오니 오전 내내 청소, 빨래로 허둥대서인지 피곤함과 허기가 밀려온다. 나도 피자 한 조각을 입에 물고 조수석에 내려 놓았다.

순간 내리막에 급경사를 늦게 발견하고 급히 핸들을 돌리고 나니 조수석에 놓았던 피자 조각이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오늘은 제대로 되는 일이 없군. , 한 입 배어 물었는데 바닥에 떨어지다니속상한 마음에 피자를 치우기 위해 허리를 숙였다. 순간 끼익, 덜커덩하며 차가 요동을 친다. 1초도 지나지 않아 다시 똑 같은 소리가 들렸다. 너무 놀라 몸을 일으켜 세우고 보니 차의 오른쪽 앞과 뒤의 바퀴가 인도로 올라가 있었다. 다행이 인도로 지나가는 사람은 없었다.

축구경기장에 들어설 때까지 내가 얼마나 큰 사고를 냈는지 알지 못했다. 주차하려는데 축구팀의 엄마들이 달려나왔다. 차 바닥에서 연기가 나고 시커먼 엔진오일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나는 오직 수정이의 경기만을 생각했었다. 처음 진출한 준결승 경기에 늦지 않게 도착해야 한다는 생각만 한 것이다. 무엇인가 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을 직감하고 같은 팀 엄마의 차를 빌려 사고난 곳으로 다시 가보았다.

돌아간 사고 현장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쓰러진 소화전 2곳에서는 하늘을 향해 엄청난 물을 쏘아 올리고 CSI라는 큼직한 글씨가 씌여진 옷을 입은 사람들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줄자로 바닥을 재고 있다. 몇대인지 셀 수도 없는 경찰차도 와서 주변을 통제중이었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눈앞의 광경을 보고 가슴이 먹먹해지고 손과 발은 부들부들 떨렸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경찰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 뿐이었다.

딸의 축구 준결승, 사고 당시에는 물이 쏟아져 나오지 않아 소화전 2개가 부서진 것을 몰랐다는 것과 딸을 경기장에 내려 놓고 다시 돌아오려고 했고 실제 다시 왔다는 점을 최대한 차분하게 설명했다. 이어 경찰은 부서진 내 차의 상태를 확인하고 경기에 참여한 다른 부모들에게 사실 여부를 물었다. 자초지정을 모두 들은 경찰은 크게 한 번 웃으며 ‘1분만 늦게 왔더라면 당신과 당신의 차량을 뺑소리로 모든 경찰에게 추적하라고 했을 것이라는 것과 뺑소니 차량을 경찰이 발견하게 되면 당신은 도로상에서 잡혀 수갑이 채인 채 체포되었을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경찰은 미국에 온지 얼마되지 않은 외국인 아줌마의 실수고 다친 사람이 없으며 뺑소니 신고 전에 사고 현장에 왔기 때문에 범죄로 취급하지는 않았다. 자동차는 수리 불가 판정을 받아 바로 폐차되었고 자동차 보험사에서는 내가 중고로 산 가격보다 2천달러가 많은 돈을 차량 손실비용으로 주었으며 또한 소화전 수리비 2,500달러도 보험사에서 지불했다는 통보를 한 달 후에 받았다.

자동차 손실비용과 소화전 수리비를 합하면 약 15천달러의 비용을 보험사가 지불한 것이다. 이전까지는 자동차 보험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아니 돈을 지불할 때마다 아까운 생각마저 들곤 했다. 그런데 만약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하는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 물론 사소한 부주의로 사고를 내지 않는 것이 더 바람직한 일지만 말이다.

미국의 자동차 보험은 한국과 유사하다. 보험료도 회사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보험 플랜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1년 계약이 기본이며, 차량의 잔존가치에 근거하여 보험료를 산출하고 무사고 경력이 많으면 할인을 받는다. 미국에 이주한지 얼마되지 않은 사람들은 한국 경찰청에서 발급한 운전경력증명이 있으면 보험료를 할인 받을 수 있다. 운전경력증명서는 한국 정부에서 운영하는 민원24 홈페이지 www.minwon.go.kr 에서 공인인증서 인증을 한 후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한글 운전경력증명서의 경우 가족이나 지인이 똑같은 폼을 만들어 영문으로 번역한 후 가까운 택배회사 지점에 같이 방문하여 $20의 비용을 지불하고 공증(Notary Public) 도장을 받아 보험회사에 가져가면 된다.

자동차 보험회사에서는 자동차 보험 외에 차량 긴급 출동 서비스도 판매한다. 긴급출동서비스에 가입하면 내 차량이 아니더라도 내가 탑승하다가 타이어 펑크, 배터리 방전, 갑작스런 차량 고장이나거나 개스가 떨어진 경우 전화만 하면 미국 어디서라도 보통 30분 이내에 서비스 받을 수 있다.

한인업소록이나 일간지를 보면 많은 한인 보험 판매자도 만날 수 있으며 스마트폰 앱도 나와있다. 그리고 저자가 근무하는 TW 영어센터에 문의하면 무료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얼바인 생활과 교육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언제든지 이우연에게 메일(sherrylee@lifelongenglish.com) 주시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이우연의 얼바인 101'은 얼바인 교육정보지 '교차로'에 기고하는 연재기사입니다. '미국생활나기'라는 주제로 Sherry가 미국, 얼바인에 오면서부터 겪었던 시행착오와 이를 통해 얻게된 정보와 지식을 공유합니다.
얼바인에 대해 궁금하세요? 언제든지 문의주시면 저만의 노하우를 알려드릴게요.
@라이프롱잉글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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