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바인의 이우연] 아너 오케스트라 (Honor Orchestra)

얼바인 생활 2012.03.01 09:00

처음 얼바인에 멋모르고 와서 4학년인 딸에게 중고로 급히 구한 바이올린을 손에 쥐어보내고는 한학기에 한 번 학교에 콘서트를 보러가는 것으로 초등학교 음악수업 준비는 다했다고 생각했던 게 어제같다. 한국에서는 아이들을 학원에나 보내야 바이올린을 배우게 할 수 있는데, 이 곳 얼바인의 공립학교에서는 4학년에 악기수업을 시작해서 1년 지나니 바이올린이 싫으면 다른 악기로 바꿀 수 있는 기회까지 준다고 하여 그 기회를 틈타 변덕쟁이 수정이는 첼로로 바꾸길 원했다.

처음엔 악기를 사는 것이 아까와 IPSF 에서 대여하는 프로그램을 택했고, 다시 1년이 지나자 그동안 다달이 지불했던 월 사용료를 또 다시 내는 것이 사는 값과 같아 나머지 대금을 내고 구입해버렸다. 그러고는 들인 돈에 비해 아이들의 연주 실력은 그다지 나아지는 것 같지 않고 학교에서도 진도를 너무 천천히 나가는 것에 아이들이 지루해하는 것을 보면서 악기의 효용에 대해 절실함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던 작년 어느 날, 얼바인의 한 성당에서 어린이 오케스트라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Beginner 반에 등록하여 한 6개월 성실히 다니고 그도 처지는 것이 안타까워 대학생 선생님께 tutoring 을 1주 1회 받게했다. 아이들은 정말 빨리 관심도나 실력 면에서 눈에 띄게 좋아지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어느 날 음악선생님께 받아 온 안내문 한 장 '얼바인 아너 오케스트라'와 '아너 챔버 스트링' 오케스트라 오디션' 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주위에서는 7, 8세부터 시작한 아이들도 합격하기 힘들다... Honor Orchestra는 6학년도 잘 안뽑힌다, Honor Chamber Strings 또한 5학년은 거의 뽑히지 않으니 내년에 시도하는 것이 어떠냐..연습삼아 한 번 쯤은 보는 것이 좋다... 등 말이 많았다. 나의 결론은... 무엇이든 부딪혀보자는 것! 자기 스스로 경험해보지 않으면 남의 말 백번 들어도 소용이 없으니 말이다.


오디션 곡은 지정이 되어 원하는 지원자들에게 학교 음악선생님이 나누어 주셨다.


그리고,
Irvine Honor Orchestra 오디션의 날!

지원자가 많아 이틀에 걸쳐, 각자 신청한 오디션 희망 시간에 맞추어 Alderwood Basics 초등학교에서 진행되었다.


30분 일찍 와서 기다리는 대기실


 진행을 맡으신 선생님께 가서 tuning 을 받고 연습하면서 본인 이름이 호명될 때까지..

긴장한 수정이의 표정

들어간지 10분만에 나온 수정이는 몇 번 실수를 했지만 Judge 를 맡은 선생님께서 긴장을 풀고 다시 해보라고 기회를 주셔서 완주를 할 수 있었단다. 


그러고 바로 다음날 메일로 날아온 Honor Chamber Strings Orchestra의 합격통지서- 연습날짜와 콘서트, 그리고 디즈니랜드 공연 날짜, 그리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결석하지 말라는 규칙등이 명시되어있다.  



 첫번째 연습날의 풍경-수정이말고도 5학년이 있나 싶을 정도로 모두 성숙해보이는 단원들

연습 첫 날이라고 지휘자를 맡고있는 Mr. Kroesen  부자 두 분께서 부모들이 뒤에 앉아 지켜볼 수 있게 배려하셔서 사진과 동영상을 찍을 수 있었다. 이 날 들은 얘기지만, 지휘자 두분 뿐 아니라 Mrs. Kroesen 과 Miss Kroesen 등 Kroesen 가족 모두가 이 얼바인 아너 오케스트라의 운영 및 지휘를 맡고 있단다. 그래서 이틀에 걸친 오디션 후 단원들을 뽑을 때도 Kroesen 가족 멤버들 간의 열띤 토론으로  여간 고심한게 아니라는... 처음 환영인사를 하며 아버지 Mr. Kroesen 은 Honor Orchestra는 현악기와 관악기가 같이 있고, Honor Chamber Strings Orchetra는 현악기만 있는 것일뿐 다른 차이는 없다고 설명했다. ^^


 

수정이가 다니는 University Park 초등학교 오케스트라 선생님이기도 한 아들 Mr. Kroesen이 지휘를 맡은 첫 곡- 각자의 파트만 오디션 봤던 곡이었으나, First Viloin, Second Violin, Viola, Cello 전체가 연주를 맞추어 연습을 시작했다. 아직 저음 서로 맞춰보느라 서투른지 지휘자 선생님이 계속 중간에 연주를 멈추게 했다.



 
오케스트라에 합격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더니, 들어오기 전과는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오케스트라의 자리가 늘 바뀔 수 있다고 한다. 잘하는 아이들이라도 연습을 게을리하면 열심히 하는 아이들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겠다는 메세지였다. 뿐만 아니라, 매주 수요일 밤 한시간 반씩 연습일을 지켜야하는 단원들.. 그리고 실어나르고 기다려야하는 부모들..ㅠ.ㅠ. 쉬운 일은 없다.
 
일단 Honor Orchestra 에서 오케스트라 단원활동 경험을 해보고 13 살 부터 지원할 수 있다는 Pacific Symphony Orchestra 의 오디션이 6월,  그리고  All Southern California Youth Orchestra의 오디션이 매년 12월 초에 진행된다고 하니 이를 목표삼아 지원해볼 수 있도록 격려해봄직하다. 얼바인은 공립 학교 측에서도 이 두 곳의 오케스트라에 학생이 소속되는 것을 매우 영광으로 받아들여 졸업 때면 소속된 학생들을 따로 호명하며 축하해 줄 정도니 악기연주에 관심이 있는 성실한 학생이라면 욕심을 가져봐도 줳을 듯...  오케스트라의 단원이 되면 정해진 연습시간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책임감도 있는 반면, 각종 학교 또는 지역구 행사나 콘서트에 참가하여 다양한 장소와 환경에서 연주를 하는 영광도 누릴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가끔 한국의 지인들과 연락하면 늘상 아이들 교육 이야기가 화제거리이이다. 흔히 한국사람들은 미국에서 학교다니는 아이들은 여유가 있을 거라고 어림짐작하다가, 여기 아이들도 나름 학교 숙제, 스포츠 활동, 오케스트라 활동 등으로 주중이나 주말을 어른들보다 바쁘게 지낸다는 이야기를 해주면, 한국아이들은 학원다니느라 바쁜데 미국에 사는 것도 못지않게 부담되고 스트레스 많지않냐고 묻는다. 그래도 나는 이건 행복한 고민이라 얼마든지 하고싶다. 한국처럼 학원에만? 다니지 않는다는 것이지 친척하나 없는 오지의 땅에 와 이렇게 많은 다양한 기회와 선택의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고맙다. 그리고 이 모든 활동들의 주체인 우리의 아이들이 스스로 즐기고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라면 부모로서의 보람이 그에 투자하는 시간과 에너지에 비해 아깝지 않으니.. Why Not Try It? @라이프롱 잉글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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